“이 종목 적정가는 6만원입니다.” 이런 단정, 한 번쯤 보셨죠. 그런데 그 6만원이라는 숫자가 어떤 가정에서 나왔는지까지 같이 보여주는 글은 드물어요. 숫자만 던지고 가정은 가려두는 거예요. valuelab은 반대로 갑니다. 가정을 다 깔아두고, “당신의 가정이면 이만큼”을 보여드릴 뿐이에요. 추천도, 목표가 단정도 아니에요.
DCF(현금흐름 할인법)는 어렵게 느껴지지만 뼈대는 딱 한 줄이에요.
이 회사가 앞으로 벌어들일 현금을, 지금 가치로 당겨서 전부 더한다.
문제는 그 “앞으로 벌 현금”이 전부 가정이라는 거예요. 1년 뒤도 아니고 5년, 10년 뒤 현금을 누가 알겠어요. 그래서 DCF의 결과 하나를 정답처럼 들이미는 건 위험해요. 출력은 정답이 아니라 당신의 가정이 만든 그림자예요. 가정을 바꾸면 그림자도 같이 움직이죠.
왜 미래 현금을 “당겨서” 더할까
핵심은 시간의 가치예요. 내년에 받을 100만원은 지금의 100만원만큼 값지지 않아요. 그동안 은행에 넣어두기만 해도 이자가 붙으니까요. 그래서 미래의 현금일수록 일정 비율로 깎아서(할인해서) 현재 가치로 환산해요. 이때 깎는 비율이 **할인율(r)**이고, DCF에서 결과를 가장 크게 흔드는 손잡이예요.
그리고 회사는 5년 뒤에 망하지 않으니, 그 이후의 현금 흐름도 한 덩어리로 계산해 더해줘요. 이걸 영구가치(terminal value)라고 부르고, 여기엔 **영구성장률(g)**이라는 또 하나의 가정이 들어가요. 말은 복잡하지만, 결국 손잡이 몇 개를 돌리는 일이에요.
가정 5개면 충분해요
간이 DCF는 딱 이 5개만 있으면 돌아가요. 각각이 무슨 손잡이인지 적어둘게요.
- 현재 잉여현금흐름(FCF) — 회사가 실제로 손에 쥐는 현금. 출발점이에요.
- 향후 5년 FCF 성장률 — 이 회사가 얼마나 빨리 클 거라고 믿는지. 가장 후하게 잡기 쉬운 칸이에요.
- 할인율 r (보통 8~12%) — 미래 현금을 얼마나 깎을지. 1%만 움직여도 결과가 출렁여요.
- 영구성장률 g (보통 1~3%) — 5년 이후에도 이 회사가 매년 얼마나 성장할지. 보통 경제성장률 언저리로 보수적으로 잡아요.
- 발행주식수 — 회사 전체 가치(EV)를 1주당 적정가로 나누는 데 필요해요.
여기서 r과 g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져요. r을 8%로 잡느냐 12%로 잡느냐만 바꿔도 적정주가가 두 배 가까이 벌어지는 일이 흔해요. 바로 이 점이 “적정가 6만원”이라는 단정이 얼마나 허술한지 보여주는 대목이에요.
보수와 낙관, 그 사이의 폭이 진짜 정보
같은 회사라도 성장률을 보수적으로 잡을 때와 낙관적으로 잡을 때 적정주가는 크게 벌어져요. 이 벌어지는 폭 자체가 정보예요. 폭이 좁으면 가정에 둔감한, 비교적 단단한 추정이고, 폭이 넓으면 “사실상 어떤 숫자든 정당화할 수 있다”는 뜻이거든요. 그래서 valuelab은 정답 하나를 들이밀지 않고, 보수↔낙관을 같이 보여드리는 걸 원칙으로 해요.
이 5개 손잡이를 직접 당기면 폭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한눈에 보여요. PER 같은 단일 지표가 거짓말할 때 정상화 이익이 얼마인지 가늠하는 데도 같은 계산이 쓰여요 — 그 얘기는 저PER의 함정 3가지에서 이어가요. 배당을 가정해 굴려보는 비슷한 사고법은 SCHD 배당 시뮬레이션에서도 다뤘어요.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면, 내 가정을 다른 사람들의 가정·시장 컨센서스와 맞춰보고 싶어져요. “나만 너무 낙관적인 건 아닐까?”를 확인하는 일이죠. 그 시나리오 비교는 antslab의 영역이에요.